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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듯 꽉 찬 창원 여행 (가로수길, 창동예술촌, 아귀찜)

by mynews10118 2026. 5. 17.

조용한 듯 꽉 찬 창원 여행

 

창원에 볼 게 없다고 말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저도 대구에 살면서 창원을 몇 번 다녀왔지만, 그냥 지나치는 도시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제대로 돌아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구석구석 파고들면 먹거리, 볼거리, 야경까지 다 갖춘 도시가 바로 창원이었습니다. 조용한 듯 강한 것이 창원의 매력이었습니다. 

없어 보이지만 다 있는 도시, 가로수길

창원은 행정구역상 마산, 진해를 포함한 통합시입니다. 이처럼 여러 구를 아우르는 통합 행정 구조 덕분에 도심, 항구, 바다를 한 번의 여행으로 모두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독특합니다. 단일 생활권(Single Living Zone)이란 행정·교통·문화가 하나로 연결된 생활 범위를 뜻하는데, 창원은 마산과 진해까지 차로 30분 내외에 이동할 수 있어 실질적으로 하나의 생활권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창원에 볼 게 없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이 말이 절반만 맞다고 생각합니다. 화려한 랜드마크나 테마파크 같은 '목적지형 관광 인프라'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 맞습니다. 목적지형 관광 인프라란 관광객이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방문하는 대형 시설을 가리킵니다. 반면 골목길 카페, 바다가 보이는 산책로, 오래된 거리 같은 '경험형 콘텐츠'는 창원이 오히려 풍부한 편입니다.

제가 직접 다녀보니, 창원 가로수길은 넓은 도로 양쪽으로 나무가 쭉 늘어서고 그 아래 주차된 차들이 줄지어 있는 풍경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주변으로 카페와 소품숍이 모여 있다고 하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더위 탓에 제대로 걷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 것이 아쉬울 정도로, 분위기 자체가 탄탄했습니다. 선선한 계절에 다시 방문한다면 여유롭게 둘러볼 생각입니다.

창원 여행에서 가볼 만한 핵심 코스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창원 가로수길: 카페, 소품숍 밀집 / 봄·가을 방문 권장
  • 마산 창동예술촌: 레트로 골목 문화 공간 / 갤러리·공방 다수
  • 장수암: 108계단 등반 후 바다 조망 가능
  • 귀산 야경 포인트: 창원의 미니 광안리로 불리는 야경 명소
  • 대원 아귀찜: 아귀불고기로 유명한 현지 맛집

창동예술촌, 레트로 감성의 도시재생이 만든 공간

창동예술촌은 마산의 구도심 재생 사업, 즉 도시재생(Urban Regeneration) 방식으로 탄생한 공간입니다. 도시재생이란 낙후된 구도심에 문화·예술·상업 기능을 새롭게 불어넣어 지역을 되살리는 도시계획 정책을 말합니다. 옛날에 마산의 상업 중심지였던 창동 일대가 시간이 지나면서 쇠퇴하자, 오래된 골목과 빈 건물에 예술가들의 작업실과 갤러리를 채워 넣었고, 지금은 복고풍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국토교통부에서 추진하는 도시재생 뉴딜 사업은 이처럼 원도심의 물리적·경제적 쇠퇴를 막고 지역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출처: 국토교통부).

제가 창동예술촌을 걷는 동안 가장 좋았던 것은 그 '밀도'였습니다. 짧은 골목 사이사이에 벽화, 공방, 갤러리, 카페가 빼곡히 들어차 있어서 천천히 걸으면서 눈이 계속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레트로 감성이라고 하면 어떤 분들은 억지스럽게 꾸민 느낌을 떠올리시는데, 창동은 오래된 건물 자체가 그대로 남아 있어서 그 감성이 자연스럽게 배어 있었습니다.

창동 골목 안에 있는 카페에서 쉬었는데, 생각보다 어르신 손님이 많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아늑한 아지트 같은 분위기 때문인지, 동네 단골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공간처럼 느껴졌습니다. 대학 시절에나 먹던 파르페를 주문했는데, 생크림과 빵의 조합이 솔직히 죄악처럼 맛있었습니다. 요즘 세련된 디저트 카페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구성이라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창동예술촌처럼 원도심에 문화 콘텐츠를 입혀 되살린 사례는 전국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인구의 절반 이상이 비수도권 지방 도시에 거주하고 있으며, 지역 고유의 문화 자원을 활용한 관광 콘텐츠 개발이 지방 경제 활성화의 핵심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출처: 통계청). 창동예술촌은 그 좋은 예 중 하나라고 봅니다.

아귀찜 한 그릇을 위한 집착, 창원 먹거리의 정수

창원, 특히 마산은 아귀찜의 발상지로 알려진 곳입니다. 아귀찜은 경상남도의 향토 음식으로, 아귀(Anglerfish)를 된장과 고춧가루 양념에 버무려 콩나물과 함께 쪄낸 요리입니다. 아귀는 외형이 독특해서 과거에는 어민들이 잡아도 그냥 버리던 어종이었는데, 마산 어민들이 이것을 활용하면서 지금의 마산 아귀찜 문화가 형성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식재료 활용 관점에서 보면 '푸드 업사이클링(Food Upcycling)'의 원형에 해당하는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푸드 업사이클링이란 버려지거나 저평가된 식재료를 가치 있는 음식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는 이번 창원 여행에서 아귀찜을 꼭 먹겠다는 생각 하나로 저녁 내내 헤맸습니다. 처음 목표했던 식당에서 대기가 마감됐을 때 솔직히 패닉이 왔습니다. 아귀 냄새가 골목에 가득한데 정작 못 먹는 상황, 그 절박함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결국 다른 곳에 전화해서 자리를 잡고 뛰어갔는데, 아내가 찜을 좋아해서 아귀찜을 주문했습니다. 살이 많고 매콤한 양념이 짝 배어 있어서, 그 맛을 보는 순간 그 고생이 싹 잊혔습니다.

아귀불고기는 일반 아귀찜과는 결이 다른 메뉴입니다. 아귀불고기는 쪄내는 방식이 아니라 강한 불 위에서 볶듯이 조리하기 때문에, 양념이 더 진하게 배어들고 표면에 살짝 구운 느낌이 납니다. 생선살이 촉촉하면서도 매콤하고 약간 새콤한 풍미가 더해져, 일반 찜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처음 먹어봤는데 자꾸 생각나는 맛이었습니다.

창원에서 막창이 유명하다는 분들도 계신데, 저는 개인적으로 아귀찜·아귀불고기를 먼저 권하고 싶습니다. 막창은 전국 어디서도 접할 수 있지만, 마산식 아귀찜은 이 지역에서 먹어야 제맛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원산지 음식 경험', 이게 여행의 이유 아닐까요.

 

창원은 조용해 보여도 속이 꽉 찬 도시입니다. 도시재생으로 살아난 창동예술촌, 바다를 품은 장수암과 귀산 야경, 그리고 마산 아귀찜까지, 어디 하나 허투루인 곳이 없었습니다. 바다가 없는 대구에서 자란 저로서는 어딜 가든 바다가 보이는 창원의 풍경 자체가 이미 힐링이었습니다. 다음에 다시 간다면 창원 가로수길을 제대로 걷고, 속구리섬 캠핑도 한번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창원을 그냥 지나치셨던 분이라면, 이번에는 한번 목적지로 삼아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P3grw-fZV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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