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맛조개를 처음 봤을 때 생김새 때문에 손을 못 댔습니다. 길쭉하고 낯선 그 모양이 영 거북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여름이 오면 제일 먼저 몽산포 해수욕장을 떠올립니다. 대구에서 서해까지 긴 시간을 차로 달려가는 이유가 딱 하나, 맛조개 해루질 때문입니다.
물때와 포인트, 이걸 모르면 헛걸음입니다
혹시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갯벌에 신나게 도착했는데 물이 아직 안 빠져 있어서 그냥 돌아온 적요. 저는 딱 한 번 그랬습니다. 그 이후로 해루질을 나가기 전에 반드시 물때표를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해루질에서 물때란 하루에 두 번씩 달라지는 조수 간만의 차 시간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바닷물이 언제 빠지고 언제 들어오는지를 나타내는 시간표입니다. 이 물때를 제대로 맞춰야 갯벌이 드러나고, 그래야 맛조개를 잡을 수 있습니다. 물때 수위 180 이하가 되어야 맛조개 포인트가 드러나기 시작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제 경험상 그보다 조금 더 빠져야 편하게 잡을 수 있었습니다.
몽산포 해수욕장이 맛조개 해루질 명소로 꼽히는 이유가 있습니다. 주차장에서 포인트까지 걸어서 7분 정도면 닿을 만큼 접근성이 뛰어나고, 맛조개뿐 아니라 동죽, 백합, 홍맛조개, 대맛조개까지 다양한 패류가 서식하는 갯벌이기 때문입니다. 몽산포항에는 무료 주차장과 화장실도 마련되어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도 부담이 없습니다. 참고로 이 일대를 현지에서는 '몽달청'이라고 부르는데, 몽산포해수욕장, 달산포해수욕장, 청포대해수욕장을 합쳐 줄인 표현입니다.
맛조개 구멍을 찾는 것도 처음엔 꽤 헷갈렸습니다. 구멍 모양에도 종류가 있는데, 물방울 모양 구멍이 맛조개가 숨어 있다는 신호이고, 팔자(8자) 모양 구멍은 떡조개의 흔적입니다. 이 차이를 알고 나니 갯벌을 걷는 눈이 달라졌습니다. 목적 없이 걷다가 구멍을 발견하는 순간의 그 짜릿함,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국내 갯벌 면적은 약 2,482㎢에 달하며, 서해안 갯벌이 전체의 83%를 차지합니다(출처: 해양수산부). 태안 일대 갯벌이 맛조개 해루질의 성지로 불리는 것은 괜한 이유가 아닙니다.
꼬챙이 vs 소금, 실제로 써보니 차이가 있습니다
맛조개 잡는 방법 하면 보통 맛소금을 떠올리는 분이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소금만 들고 갔습니다. 구멍에 소금을 뿌리면 조개가 삼투압 자극을 받아 밖으로 나오는 원리인데, 여기서 삼투압이란 농도 차이 때문에 물이 이동하는 현상으로, 소금이 주변 농도를 갑자기 높이면 맛조개가 이를 피해 위로 올라오는 것입니다.
그런데 소금 방법은 타이밍을 잘못 맞추면 조개가 반쯤 나오다가 다시 들어가 버립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처음 몇 번은 빈손으로 멍하니 서 있어야 했습니다. 반면 꼬챙이 방법은 구멍을 확인하고 재빠르게 찔러 넣으면 조개가 도망가기 전에 잡을 수 있어 성공률이 체감상 훨씬 높았습니다.
꼬챙이 장비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됩니다.
- 돌 두드리개: 길이 약 1m로 무게가 있지만 갯벌 표면을 두드려 구멍을 찾는 데 효과적입니다.
- 대맛조개용 꼬챙이: 길이 약 80cm, 직경이 굵어 대맛조개와 홍맛조개에 적합하지만 일반 맛조개에는 직경이 너무 굵어 사용이 어렵습니다.
- 맛조개 전용 꼬챙이: 길이 약 60cm, 직경이 얇고 맛조개 구멍에 맞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단, 이걸로는 대맛조개를 잡기 어렵습니다.
제가 경험상 가장 추천하는 조합은 맛조개 전용 꼬챙이입니다. 힘도 덜 들고 성공률도 확연히 달랐습니다. 몽산포 인근 펜션에서는 이런 해루질 도구 일체를 빌려주는 경우가 많아 별도로 장비를 구입하지 않아도 됩니다. 비용이 드는 곳도 있으니 사전에 확인하시는 게 좋습니다.
해감
잡은 맛조개는 현장에서 바로 해감 처리를 시작했습니다. 해감이란 조개가 몸속에 품고 있는 모래와 불순물을 뱉어내도록 유도하는 과정으로, 해수 농도에 맞춘 소금물에 30분에서 1시간 정도 담가두면 됩니다. 이 과정을 생략하면 먹을 때 모래가 씹혀 맛이 크게 떨어집니다. 해감을 마친 맛조개는 그날 저녁 바로 구워 먹었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직접 잡은 것이라 그런지 같은 맛조개인데도 마트에서 사 먹는 것과 차원이 달랐습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맛조개는 단백질 함량이 높고 타우린과 아연이 풍부하여 피로 회복과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국립수산과학원). 맛있게 먹는 것 자체로도 충분하지만, 이런 사실을 알고 먹으니 더 뿌듯했습니다. 남은 맛조개는 손질해서 냉동 보관했습니다. 이후 파스타에 넣기도 하고, 삶아서 초장에 찍어 먹기도 했는데 두 방식 모두 만족스러웠습니다.
맛조개 해루질이 처음이라면 일단 한 번은 가보시길 권합니다. 처음엔 아무것도 못 잡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갯벌에 서서 구멍을 찾고, 꼬챙이를 찔러 넣고, 조개가 올라오는 순간을 기다리는 그 과정 자체가 생각보다 훨씬 재밌습니다. 저희 가족은 물놀이보다 해루질에 훨씬 더 긴 시간을 쓰고 돌아오곤 합니다. 운동도 되고 재미도 있고, 저녁 밥상도 풍성해지는 체험이니 이번 여름 계획에 한번 넣어보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