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제가 사는 대구가 이렇게 꽃 여행지로 훌륭한 도시인 줄 몰랐습니다. 벚꽃이 지고 나면 어딜 가야 하나 막막하던 차에, 집 근처 율하천을 산책하다가 노란 금계국 군락지를 발견했습니다.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먼 산을 오를 필요 없이, 대구 곳곳에 이미 봄이 가득 피어있다는 것을.
대구 5월 금계국 군락지, 직접 가보니
솔직히 처음에는 '금계국(Coreopsis tinctoria)'이라는 이름조차 낯설었습니다. 금계국이란 국화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꽃으로, 노란 꽃잎 안쪽에 붉은 테두리가 선명하게 들어간 것이 특징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천변이나 하천 둑방에 군락을 이루어 자랍니다. 그러고 둘러보니 참 많은 곳에 이 금계국들이 한아름씩 피어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제가 사는 곳 바로 근처인 대구 동구 율하천에 이 금계국 군락지가 있습니다. 지난주에 아내와 산책을 나갔다가 발견했는데, 아직 꽃망울이 맺히는 단계여서 "이게 다 피면 어떻게 되지?" 하는 기대감이 생겼습니다. 5월 초순부터 중순이면 율하천 4교에서 6교 구간 양쪽으로 금계국이 만개한다고 하는데, 특히 6교 주변이 가장 풍성하게 핀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주차장과 입장료가 모두 무료인 데다 자전거도로와 산책로가 함께 있어서, 평일에 조용히 가면 정말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덜 알려진 군락지가 오히려 더 여유롭고 좋더라고요.
이런 곳에 장미공원이 있다니
그리고 이곡장미공원은 솔직히 처음엔 "저기 뭐지?" 하고 지나쳤던 곳입니다. 달서구 쪽으로 차를 몰고 가다가 도로 옆으로 갑자기 장미가 쏟아져 나오는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날은 차 안에서 눈으로만 보고 지나쳤는데, 그게 이렇게 후회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곡장미공원은 장미를 테마로 한 근린공원(近隣公園)입니다. 근린공원이란 주거 지역 인근에 조성되어 지역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생활권 공원을 의미합니다. 5월이면 '장미꽃 필 무렵 축제'가 열리는데, 세계 희귀 장미 품종 전시와 포토존, 버스킹 공연까지 즐길 수 있습니다. 주차와 입장 모두 무료이며, 주말에는 인근 성곡초등학교 운동장을 임시 주차장으로 활용한다고 합니다.
5월에 꼭 챙겨야 할 대구 꽃 명소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율하천 금계국 군락지 (동구 상매동 507, 5월 중순 만개, 6교 주변이 최고)
- 이곡장미공원 (달서구 이곡동 1306-6, 5월 16~18일 축제)
- 진밭골 산림공원 샤스타데이지 (수성구 법동 921-1, 5월 초~중순)
- 하중도 청보리밭·샤스타데이지 (북구 노곡동 665, 봄 시즌 전반)
- 서구 그린웨이 장미원 (서구 당산로 343, 5월 중순 만개)
도심 속 생태 거점 역할을 하는 이런 공원들은 대구시의 녹지율(綠地率) 제고 정책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녹지율이란 도시 전체 면적에서 공원·녹지가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하며, 도시민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수치입니다. 대구시는 2030년까지 1인당 도시공원 면적을 확대하는 계획을 추진 중입니다(출처: 대구광역시 공식 홈페이지).
샤스타데이지와 하중도, 아내가 좋아하는 계란꽃을 찾아서
제가 직접 다녀와 보니, 대구에서 5월에 가장 자주 보게 되는 꽃이 바로 샤스타데이지(Shasta Daisy)입니다. 아내가 이 꽃을 "계란꽃"이라고 부르는데, 처음 들었을 때 웃었지만 사실 딱 맞는 이름입니다. 흰 꽃잎이 노란 꽃술을 감싸고 있는 모습이 계란 프라이와 꼭 닮았거든요. 샤스타데이지란 국화과 여러해살이 식물로, 미국의 식물 육종가 루서 버뱅크가 야생 데이지를 교배해 만들어낸 원예종입니다. 내한성이 강하고 군락을 이루면 경관 효과가 뛰어나 공원 조경에 자주 활용됩니다.
수성구 진밭골 산림공원은 대덕지라는 저수지를 중심으로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습니다. 정자 뒤편 둑방을 따라 샤스타데이지가 피어나는 모습이 장관인데, 흰 옷을 맞춰 입고 오는 방문객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도 아내와 함께 올해 꼭 한 번 가보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대덕지를 가로지르는 수상 데크로드(水上 Deck Road)도 매력적인 포인트입니다. 수상 데크로드란 수면 위에 설치된 목재 산책로로, 걸으면서 수면과 주변 자연 경관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구조물입니다.
하중도는 제가 성서공단이나 현풍 방향으로 가다가 금호강 위로 보이는 섬입니다. 정식 명칭은 대구 북구 금호강 하중도(河中島)인데, 하중도란 강 중간에 퇴적 작용으로 생겨난 섬 형태의 지형을 의미합니다. 계절마다 다른 꽃과 식물을 심어 방문객을 맞이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5월에는 샤스타데이지 군락과 청보리밭이 함께 어우러져 정말 독특한 풍경을 연출합니다. 제 경험상 청보리밭 사이를 걸으면서 찍은 사진은 그야말로 인생샷이 되었습니다. 바람에 파릇한 보리들이 넘실대는 장면은 카메라를 들고 있지 않아도 저절로 셔터를 누르게 만드는 풍경입니다. 올해도 5월 둘째 주쯤 다시 한번 방문할 계획을 세워두었습니다.
생태 경관 식재(植栽) 기법 측면에서 보면, 하중도처럼 계절에 맞게 작물과 꽃을 교체해 관리하는 방식은 식물 생태계의 다양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도시 생태관광 자원으로 활용하는 좋은 사례입니다. 식재 기법이란 조경이나 농업에서 목적에 맞게 식물을 배치하고 심는 방법을 의미합니다.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도시 내 생태 녹지는 열섬 현상 완화와 대기질 개선에도 실질적인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출처: 국립생태원).
벚꽃이 지고 나면 봄이 끝난 것처럼 느끼기 쉬운데, 사실 대구의 봄은 5월에 오히려 절정입니다. "대프리카"라는 별명이 붙은 무더운 여름이 오기 전, 딱 이 시기에 동네 공원 하나를 정해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산책 겸 꽃구경을 나서보시길 강력 추천합니다. 주차비도 입장료도 없는 곳들이 대부분이라 부담도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 대구 어딘가에서는 금계국이 노랗게 터지고 있고 계란꽃이 하얗게 물결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