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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여행 (나주곰탕, 홍어거리, 느러지전망대)

by mynews10118 2026. 4. 26.

나주 여행

 

솔직히 말하면 저도 처음엔 나주 하면 곰탕 하나만 떠올렸습니다. 대구에서 나고 자란 저한테 전라도 음식은 항상 '언젠가 제대로 먹어봐야 할 것'이었는데, 막상 나주에 발을 들이고 나서는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곰탕 한 그릇으로 시작해서 홍어, 영산강 풍경, 메타세쿼이아길까지 하루가 빡빡하게 찼습니다.

나주곰탕, 먹는 것만으로도 여행이 된다

어제도 나주를 다녀왔습니다. 이번이 몇 번째인지 세기도 어렵습니다. 나주에 올 때마다 빠지지 않는 게 곰탕인데, 직접 겪어보니 집마다 미묘하게 결이 다릅니다. 나주곰탕을 대표하는 집으로는 관광객들 사이에서 특히 유명한 하얀집,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노안집, 그리고 두 집에 줄이 길 때 대안으로 선택하는 남평 할매집과 삼강이 있습니다.

나주곰탕의 특징은 사골 육수(사골을 장시간 끓여 우려낸 뽀얀 국물)입니다. 여기서 사골 육수란 소의 뼈를 수 시간 이상 고아 콜라겐과 지방이 용해된 국물로, 일반 맑은 국물과 달리 묵직하고 고소한 풍미가 핵심입니다. 나주곰탕이 다른 지역 곰탕과 구별되는 점은 이 국물이 의외로 담백하고 깔끔하다는 것입니다. 기름기가 적고 잡내가 없어서 곰탕을 처음 먹는 분들도 부담 없이 드실 수 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노안집을 제일 좋아하는데, 이날 점심에 갔더니 줄이 길어서 남평 할매집으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기본 맛은 어딜 가나 비슷비슷하다는 게 제 솔직한 평가입니다. 국밥 한 그릇에 깍두기 하나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곰탕을 먹고 나서 영산포 홍어거리를 빼면 서운합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들르지 않았지만,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찾게 되는 곳입니다. 홍어거리가 이곳에 자리 잡은 이유가 있습니다. 흑산도에서 배로 영산포까지 오는 동안, 홍어가 자연 발효되어 가장 맛있게 삭는 시간이 딱 맞아떨어졌다고 합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전이 집필한 자산어보(玆山魚譜)에도 나주 사람들이 삭힌 홍어를 즐겨 먹는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여기서 자산어보란 1814년경 정약전이 흑산도 유배 생활 중 직접 채집하고 기록한 해양 생물 백과사전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수산학 문헌으로 평가받습니다.

홍어거리, 꼭 도전해 보세요

처음엔 저도, 그리고 아이들도 홍어의 그 짜릿하고 쿰쿰한 냄새 앞에서 한참 망설였습니다. 그런데 한 번 입에 넣고 나서는 "별거 아니네" 하면서 이제는 꽤 잘 먹습니다. 홍어거리 골목에 들어서면 삭힌 홍어 특유의 암모니아 발효취(發酵臭)가 코를 찌릅니다. 여기서 발효취란 유기물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냄새로, 홍어 특유의 톡 쏘는 자극이 바로 이 발효 과정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비염 있으신 분들은 이 골목만 걸어도 코가 뻥 뚫릴 것 같다는 말이 과장이 아닙니다.

나주에서 먹거리를 선택할 때 참고할 수 있는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나주곰탕: 관광객 위주는 하얀집, 현지인 분위기를 원하면 노안집, 두 집이 줄 설 때는 남평 할매집 또는 삼강
  • 홍어거리: 영산포에 위치, 삭힌 홍어 특유의 암모니아 발효취가 강하므로 처음엔 소량부터 시작 권장
  • 분식: 쌀 꽈배기와 찹쌀 도넛으로 유명한 해운 분식은 오후 2~3시면 품절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점심 이전 방문 권장
  • 송현 불고기: 1인분 15,000원, 얇고 부드러운 돼지고기에 토하젓과 겉절이 조합이 일품

느러지 전망대와 빛가람 전망대, 나주의 풍경을 담는 두 가지 방법

먹는 것만큼이나 이번 나주 여행에서 마음에 남은 건 풍경이었습니다. 특히 느러지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영산강은,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한반도 지형(河川 곡류지형, 강이 S자 모양으로 굽어 흐르며 특정 지역에서 한반도 모양을 형성하는 지형)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실제로 보면 지도에서 보던 것과 감동의 크기가 다릅니다. 여기서 곡류지형이란 강물이 지형의 저항을 받아 S자 또는 나선형으로 굽어 흐르는 형태로, 오랜 세월 퇴적과 침식이 반복되며 만들어진 자연 지형입니다. 영산강 늘러지 구간은 이 곡류지형이 위에서 내려다봤을 때 한반도 윤곽과 흡사하게 보인다는 점에서 관광자원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전망대 주차장이 굉장히 협소합니다. 제가 직접 가봤는데, 이른 오전에 오지 않으면 주차 자체가 곤란할 수 있습니다. 수국이 피는 6월 말까지가 가장 예쁜 계절이라는데, 7월 초에 가도 일부 수국이 남아 있어서 아쉽지 않았습니다. 다만 30도가 넘는 날씨에 전망대까지 오르는 길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올라가면 그 풍경이 발품 값을 충분히 합니다.

전라남도 산림연구원 내 메타세쿼이아길은 요즘 MZ세대 사이에서 핫플레이스로 입소문이 나 있습니다. 메타세쿼이아(Metasequoia glyptostroboides)란 낙엽교목으로 수고가 최대 35미터에 달하며, 좌우로 쭉 뻗은 원뿔형 수형(樹形)이 특징인 수종입니다. 이 나무들이 양쪽에서 하늘을 향해 뻗은 길을 걸으면 터널 효과가 생겨 사진이 자연스럽게 잘 나옵니다. 제가 예전에 한 번 가봤는데, 나무들 자체를 바라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빛가람 전망대는 한국전력공사가 나주 혁신도시로 이전하면서 개발된 신도시 지역에 위치합니다. 여기서 혁신도시란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통해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역 균형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조성된 계획 도시를 의미합니다. 모노레일을 타고 전망대까지 올라갔다가 140m 길이의 돌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코스인데, 입장료가 1,000원입니다. 제가 직접 타봤는데, 대리석 미끄럼틀이라 속도가 꽤 나와서 생각보다 스릴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특히 좋아할 코스입니다. 신도시 전망은 현대적인 도시 풍경 그 자체라 나주의 오래된 역사지구와는 전혀 다른 얼굴을 볼 수 있습니다.

나주의 역사 유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나주목사(羅州牧使)가 기거하던 나주목사내아, 조선 시대 교육기관인 나주 향교, 고려 시대부터 이어진 나주 읍성의 서성문 등이 걸어서 이동 가능한 거리에 모여 있습니다. 나주는 한때 호남에서 가장 크고 부유한 도시였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역사적 밀도가 높은 곳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고도(古都) 보존 및 육성 관련 정책에서도 나주는 역사문화 자원이 풍부한 지역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출처: 문화체육관광부).

서성벽 공원은 24시간 개방이라 시간 제약 없이 들를 수 있습니다. 제가 저녁 8시쯤 도착했는데 마침 조명이 켜지는 시간과 딱 맞아 떨어졌습니다. 불이 켜진 성문과 켜지기 직전의 성문을 동시에 볼 수 있었던 건 운이 좋았습니다. 기대를 전혀 안 하고 갔는데 그날 가장 예쁜 장면이 거기서 나왔습니다.

전라남도의 문화관광 자원 현황에 따르면 나주시는 역사문화 관광자원과 자연경관 자원이 함께 어우러진 복합형 관광지로 분류되며, 최근 방문객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출처: 전라남도청).

 

 

나주는 대구경북에서 당일치기 혹은 1박 2일로 다녀오기에 적당한 거리입니다. 홍어거리에서 홍어로 시작해서 나주곰탕으로 마무리하는 식사 코스, 그 사이사이에 느러지 전망대, 빛가람 전망대, 서성벽 공원을 넣으면 하루가 알차게 찹니다. 솔직히 처음 나주 간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거기 곰탕 말고 뭐 있어요?"라고 물어보더라고요. 지금이라면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습니다. 곰탕은 시작에 불과하다고요. 대구경북에 계신다면 올여름 한 번쯤 일부러 시간 내서 다녀오실 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Qd9JVUTuB2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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