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제도 맛집을 검색하면 관광객 위주의 유명 식당만 잔뜩 나옵니다. 그런데 정작 현지 사람들이 밥 먹으러 가는 곳은 따로 있습니다. 저도 이번에 거제를 다녀오면서 그 차이를 몸으로 느꼈습니다. 오늘은 현지인이 실제로 찾는 거제도 맛집 일곱 곳 중 제가 직접 먹어보고 가장 기억에 남은 곳들을 솔직하게 풀어봅니다.
전복 솥밥, 거제 바다 음식의 진짜 맛
거제에서 바다 음식이라고 하면 회나 해물탕만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솥밥과 탕류에서 진짜 실력이 드러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저는 거제 수변공원 인근에 위치한 전복 솥밥 전문점 보그락을 방문해 톳 전복 솥밥을 주문했습니다. 톳(Hizikia fusiforme)은 남해안에서 자라는 해조류로, 미네랄과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특유의 바다 향이 살아 있습니다. 여기서 톳이란 갯바위에 붙어 자라는 검은색 해조류인데, 씹을 때 톡톡 터지는 질감이 특징입니다. 제가 톳을 워낙 좋아해서 선택한 메뉴였는데,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솥밥은 개우 소스와 간장을 곁들여 비벼 먹는 방식입니다. 개우 소스란 새우로 만든 젓갈 계열의 소스로, 감칠맛(우마미)을 극대화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여기서 감칠맛이란 짠맛·단맛·신맛·쓴맛에 이어 다섯 번째 기본 맛으로 분류되는 것으로, 혀에 묵직하게 감기는 깊은 맛을 의미합니다. 이 두 소스를 적절히 섞어 비비면 단순한 솥밥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음식이 됩니다. 밑반찬도 과하지 않고 정갈해서, 대구에서는 이런 구성을 맛보기 어렵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싱싱한 생대구탕의 시원함을 맛보세요
생대구탕은 거제 외포항 인근의 전문점 국자의집에서 먹었습니다. 외포항은 대구 어획량이 많은 주요 어항으로, 이곳에서 잡히는 대구는 선도(鮮度)가 높아 회로도 즐길 수 있습니다. 선도란 수산물이 얼마나 신선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선도가 높을수록 비린 맛이 적고 식감이 탱글합니다. 실제로 제가 먹어본 생대구탕은 국물이 맑고 깔끔했으며, 생선 특유의 잡내가 전혀 없었습니다.
대구 코스 정식에는 대구회, 대구 튀김, 생대구탕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는데, 특히 이리(곤이)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리란 대구의 수컷 생식소를 가리키는 말로, 크리미하게 녹아내리는 질감이 특징입니다. 맑은 탕 국물에 이리 한 점을 올려 먹으면 담백함 위에 고소함이 층층이 쌓이는 느낌입니다. 저희 가족은 대구의 살과 이리를 모두 좋아해서 남김없이 깨끗하게 비웠습니다. 한 가지 재미있었던 점은 주문과 거의 동시에 음식이 나온다는 것인데, 주방이 파트별로 분업화되어 있어 가능한 운영 방식이라고 합니다.
거제 바다 음식에서 주목할 만한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전복 솥밥: 개우 소스와 간장 비빔으로 감칠맛 극대화, 톳의 식이섬유와 미네랄이 풍부
- 생대구탕: 외포항 당일 어획 기준 높은 선도, 이리(곤이)의 크리미한 질감이 별미
- 대구 코스: 회·튀김·탕 구성으로 한 자리에서 대구 전체를 경험 가능
수산물의 신선도와 영양에 관심 있는 분들께는, 해양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남해안 대구는 12월~2월이 제철로 이 시기 어획된 대구는 단백질 함량이 높고 지방이 적어 고단백 저칼로리 식품으로 평가됩니다(출처: 해양수산부).
거제의 로컬 식당에는 바다 음식만 있는 건 아닙니다
거제는 해산물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실제로 가보면 내륙 음식도 수준급입니다. 거제에 가면 꼭 바다 음식만 먹어야 할까, 하는 의문이 생기셨다면 대답은 "그렇지 않다"입니다.
거제통 양곱창 전골은 예전부터 현지인들 사이에서 꾸준히 언급되는 곳입니다. 예약이 되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에 방문 한 시간 전에 미리 찾아가 자리를 잡아야 합니다. 저는 아직 방문해보지 못했지만, 전현무계획 거제 편에 소개된 이후 더욱 주목받고 있는 곳이라 다음 거제 방문 때는 꼭 가볼 생각입니다. 양곱창 전골의 핵심은 신선함이 살아있는 곱창구이와 깊고 진한 국물을 함께 즐기는 데 있습니다. 모둠 세트를 주문하면 구이로 맛을 먼저 보고, 마지막에 전골로 마무리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단막은 단지 화덕 막창 전문점으로,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상 가게이면서도 평일 저녁에 30분 이상 대기가 생길 정도입니다. 이 집의 특징은 초벌(初發) 방식에 있습니다. 초벌이란 식재료를 본격적으로 익히기 전에 먼저 한 차례 열을 가해두는 조리 전처리 기법을 뜻합니다. 여기서는 450도의 단지 화덕에서 통막창을 초벌한 뒤 테이블에 제공하기 때문에, 겉은 바싹하고 속은 부드럽게 녹아드는 식감이 완성됩니다. 지막창은 부드럽고 수막창은 쫀득한 식감이 있다고 하니, 처음 방문한다면 반반으로 주문해보는 것을 권합니다.
사등면 성포항 앞에 위치한 가정식 백반집 고래밥은 제가 거제를 생각할 때 가장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입니다. 특별히 화려한 메뉴가 있는 것도 아니고, SNS에서 유명한 집도 아닙니다. 가격이 착하고, 갈치조림 하나를 두고 밥 한 그릇을 비울 수 있어서 자연스럽게 다시 찾게 됩니다. 갈치는 살이 두툼하고 통마리 크기가 실합니다. 양념이 속까지 은은하게 배어 있어 살만 떠먹어도 간이 충분하고, 호박과 감자는 푹 익어 단맛이 자연스럽게 납니다. 포슬하면서 촉촉한 식감에 비린 맛이 거의 없는 갈치조림, 이런 게 진짜 집밥의 맛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에드모르는 거제 안에서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찾는다면 한 번쯤 들러볼 만한 곳입니다. 자판기 문이라는 독특한 입구로 처음부터 분위기가 남다릅니다. 저는 치킨 타코를 가장 맛있게 먹었는데, 은은한 불향과 매콤한 소스의 밸런스가 좋았습니다. 마리나이드(marinnade) 방식으로 조리된 닭고기는 육즙이 살아 있어 먹는 내내 느끼하지 않았습니다. 마리나이드란 고기나 해산물을 조리 전에 양념 액체에 담가두는 전처리 과정으로, 육질을 부드럽게 하고 향미를 깊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곱창과 막창 등 내장육 식품은 신선도 관리가 특히 중요하며, 신선한 상태에서만 본래의 고소한 풍미가 살아납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거제는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음식이 있는 곳입니다. 남해의 신선한 해산물이 기본 바탕이 되어 있으니 어디를 가든 재료 자체의 퀄리티가 높습니다. 저는 이번에 전복 솥밥과 생대구탕에서 특히 큰 만족을 느꼈고, 다음 방문에는 양곱창 전골을 꼭 먹어볼 계획입니다. 날이 더 더워지기 전에 거제를 방문하실 계획이 있다면, 관광지보다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동네 식당을 먼저 검색해보시길 권합니다. 실망하지 않을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